김희진


널린 우주 95


방구석에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구멍이 생겼다. 주변 물성도 저릿저릿한 것이 저 너머에는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다. 하루는 권태로운 마음에 그 컴컴한 우주를 좀 들여다보다가 멍청한 지루함이 들어 벽을 가볍게 쳤다. 갑자기 이름 없는 구멍이 경련했다. 조그마한 구멍에게 이름이 어디 있겠나 싶다가도 그렇다면 그것대로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머리가 없는 조개는 수면 밖을 바라보다 마른 바람에 흔들리는 나를 찾고 울었다.